그러자 은동도 놀라고 다른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느닷없이 그 애꾸눈 사내가 은동에게 달려와서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그러자 흑호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바다를 가리켰다.전라좌수영의 문지기는 은동을 쫓아 버리려는 듯 말했다. 은동은 왜란종결자인 이순신을 만나기 위해 전라좌수영에 온 것이다. 이곳에 올 때까지는 흑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흑호나 태을사자는 이순신과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은동이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할 처지였다.그러자 모든 장교들은 비감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순신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 작전에 말려들면 당연히 왜군들은 이후 모든 배에 조선인 인질을 세울 것이고, 피해자는 더더욱 늘어날 것이었다.으음 그건 그렇지만.아니옵니다. 저희와 잘 아는 집안사람들이 좋을 것이옵니다. 다만.오랜만이군, 저승사자. 법력이 매우 발전했군그래.의 의원? 하! 말대가리에 뿔이 났으면 났지, 젖비린내도 안 가신 꼬마가 무싱 의원이가? 하하하.이는 지금 조장군의 편제와 비슷한 편제를 했던 조선의 신립 장군의 편제를 기록한 것이오. 신장군은 니탕개를 물리치고 여진족과 싸워 많은 용맹을 떨친 장수였는데, 한 싸움에 일패도지하고 전멸하였소이다.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그런 사실을 알아내었소이다.결국 구키와 가토는 원형진을 이룬 채 움직이지 않도록 하여 피해를 극소화하려고 했으나 결국에는 화력에 밀려 당해낼 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는 적과 싸우겠다는 병법이 애초부터 틀렸다는 소리를 남기고 가토가 먼저 철수했으며, 구키도 그 뒤를 따랐다. 구키와 가토는 이순신에게 치를 떨었으며, 그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썼다.흑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은동과 오엽이를 대강 바닥에 팽개치듯이 눕히고 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서둘러 둔갑술을 써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려고 애를 썼다. 행여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흑호는 으르렁 하며 포효한 뒤 돌
단순한 흑호는 영문을 몰라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 사실을 깨닫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니옵니다. 저희와 잘 아는 집안사람들이 좋을 것이옵니다. 다만.원래 이 나라 사람이 아니고 멀리 서역에서 태어나셨다우. 그래서 얼굴빛이 푸르고 검은 옷 입는 것을 좋아해서 산 사람같이 보이질 않우. 그래서 사람들이 저승사자라구두 부르우, 히히히.오호? 그럼 술법으로 해볼려?심유경이 별반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지만 고니시는 몹시 피곤했다. 이상하게도 심유경이라는 자는 만나는 사람을 견딜 수 없을 만큼 피곤하게 만드는 작자였다.태을사자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대모님이나 염라대왕도 모르시는 듯싶소?알아낸 것이 있는가?흑호는 동물의 동작과 인간의 동작을 둘 다 응용하여 절묘한 움직임으로 그 그림자와 치고 받으며 겨루고 있는 듯했다. 흑호의 얼굴은 비록 일그러져 있었지만, 동작이 여유만만하며 조금도 물러설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은동은 다소 안심했다.현재 일은 잘되어가고 있다고 해. 사계에 침범한 유계의 군대는 점차 패하여 세력이 약해지고 있고 마계와 유계의 변경도 빈틈없이 지켜지고 있다고 해.그러자 석성은 마땅찮은 안색으로 중얼거렸다.무슨 수를 내야겠다. 이순신을 없애야겠는데, 가능할까?태을사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통천갑마를 이용하면 몸은 지니지 못하고 넋만 빠져서 가게 된단다. 아마 넋만 빠지더라도 술법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단다.은동은 솔직히 말해서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명국으로 넋이 빠져서 날아가다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으며, 무섭고 울렁거리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그러나 은동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허허, 말이 그렇다 이거네. 저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하긴 실제로는 비슷하게 일이 돌아가기는 하네만. 도깨비나 귀신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존재들이 이 난리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허.한산도는 당시 아무 것도 없는 그야말로 황폐한 섬에 불과하였다. 그곳은 숲은 무성하였으나